"카카오 실수를 업계 비극으로…" IT업계 반응은 싸늘했다 [김은지의 IT 레코드]

입력 2022-10-20 14:58   수정 2022-10-20 17:58


"카카오의 비극이기도 하지만 정보기술(IT) 업계의 비극이기도 합니다."

서비스 먹통 사태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놓인 카카오가 지난 19일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처절하게 반성하겠다"고 했지만 뜯어보면 자기 연민이 많아보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IT 업계의 비극'이라는 표현에 동종업계는 고개를 가로젓고 있습니다. 대표이사 사퇴라는 카드도 생각한 것만큼의 파급 효과는 없어 보입니다. 되레 '자충수'가 됐다는 비판까지 제기됩니다.

카카오는 지난 19일 판교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가 벌어진 지 나흘 만이었습니다. 검은 정장 차림을 한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가 회견에 앞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무거운 적막을 뚫고 남궁 대표가 입을 열었습니다. 그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로 불편을 겪으신 모든 이용자 분께 먼저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이용자 여러분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어 "전체 시스템을 점검하고 쇄신하겠다", "정부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 "인프라에 투자해 사태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등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사과 방법도 향후 대책도 특별한 게 없어 보였습니다. 말하는 주체가 카카오 아닌 다른 기업이어도, 또 다른 사고에 적용해도 어색함이 없는 사과문이었습니다.

게다가 남궁 대표는 이번 사태를 'IT 업계의 비극'이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이 고개를 갸웃한 대목입니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의 비극이지만 IT업계의 비극이라고도 생각한다. 카카오만의 사건이 아니다"라면서 "IT 업계에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어떤 문제로 인해 발생하게 됐는지 세세히 조사할 것이다. 인프라를 담당하는 시스템 엔지니어들이 참고할 수 있게 공유하는 방향으로 잡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치 위험이 내재한 업계를 대표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뉘앙스로 들립니다. 동종업계 여러 기업이 같은 문제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 반응은 달랐습니다. 남궁 대표의 말을 '어불성설'이라고 했습니다. 카카오의 입장과 달리 다른 IT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운영을 착실히 해나가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메타(옛 페이스북)는 전 세계 21개, 구글은 23개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무려 140개국에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습니다. 네이버 역시 강원도 춘천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두고 여러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가동 중입니다. 글로벌 빅테크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서버 이원화를 기본적으로 지키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습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기업들도 서버를 이원화해놓고 있다. 이미 이중, 삼중으로 데이터를 백업해뒀는데 카카오의 실수를 업계 전체가 그렇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상당히 불편하다"고 말했습니다.

대표이사 사퇴도 극적 효과가 있는 것 같진 않아보입니다. 남궁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했습니다. 다만 회사를 아예 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재난대책소위를 맡았습니다.


남궁 대표도 이를 의식했는지 "TV를 보면 사고가 생겼을 때 책임자들이 사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게 과연 책임지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제 역량을 쏟는 것이 제대로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용자들 여론도 부정적 의견이 상당히 많이 보입니다. 누리꾼들은 "보여주기식 사퇴 지겹다. 대표로서 책임감 있게 수습할 순 없느냐", "대표이사랑 태스크포스(TF)위원장은 법적으로도 대외적으로도 권한과 책임이 다른데 수습을 어떻게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비판했습니다.

올 초 취임하며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던 그는 대표직을 내려놨습니다. 하지만 카카오의 주가는 15만원선 붕괴된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대한 신뢰도, 주가도 모두 떨어져 내리는 상황이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카카오의 돌파구가 되려면 좀 더 비상한 대책이 나왔어야 하지 않을까요.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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